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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자연철학자, 밀레토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왼쪽)와 아낙시메네스(오른쪽)

만물의 근원이 궁금했던 밀레토스의 자연 철학자들

서양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이오니아 지역에 있는 밀레토스 지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밀레토스의 대표 3인의 철학자 중 1대 철학자가 탈레스, 2대 철학자가 아낙시만드로스 마지막 3대 철학자가 아낙시메네스입니다. 기원전 494년 페르시아 군대의 공격을 받아 밀레토스 도시 전체가 화엽에 휩싸여 사라지면서 아낙시메네스가 밀레토스의 마지막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서양철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꽃 피우게 됩니다. 어쨌든 그 당시 밀레토스 학파 철학자들은 "세상은 과연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구성요소를 자연에서 찾았기 때문에 이들을 자연 철학자라고 부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밀레토스의 대표 3인의 철학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은 물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탈레스의 주장은 지금껏 자연현상을 신화적 요소로만 바라보았던 사고방식에서 처음으로 자연현상 그대로 사물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는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단순한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환원주의적 생각이라고 합니다. 탈레스가 바로 이 환원주의적 생각을 최초로 했다고 하여 그를 최초의 철학자이자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탈레스의 제자였던 아낙시만드로스 역시 하나의 어떤 재료가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만물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탈레스의 생각과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탈레스의 주장에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만물을 이루는 물질로 흙, 물, 불, 공기 4 원소로 보았는데요. 흙은 차갑고 건조하고, 물은 차갑고 습하고, 불은 뜨겁고 건조하고, 공기는 뜨겁고 습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차갑고 습한 성질을 가진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면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은 뜨겁거나 차갑거나 건조하거나 습한 것과 같은 어떤 특정한 성질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아페이론'입니다. 아페이론의 A는 부정을 말하는 것으로 무엇이라고 규정되거나 단정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 물리학에서 물질의 근원인 쿼크와 같은 입자는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아낙시메네스는 두 사람의 생각 모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합니다. 틸레스처럼 만물을 물과 같은 구체적인 물질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고, 아낙시만드로스처럼 만물을 아페이론과 같은 추상적인 물질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 바로 '만물의 근원은 공기다'라는 것입니다. 이때 공기는 구체적인 물질도 아니고 추상적인 개념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속해 있는 어두운 안개를 말합니다. 이것이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물질을 만든다고 보았는데 우리가 입으로 바람을 약하게 불면 공기가 희박해져서 따뜻하게 느껴지고, 반대로 세게 불면 공기가 응축되어 차갑게 느껴지는 것처럼 희박화와 응축화로 설명했습니다. 공기가 계속해서 희박해지면 점점 뜨거워져서 연기가 되고 불이 되며, 공기가 계소해서 응축되면 점점 차가워져서 구름, 물, 흙이 된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공기의 온도와 밀도에 따라 세상의 만물들이 생성되고 소멸된다는 주장 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와 아낙시메네스에 대한 평가

탈레스가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과학자는 아낙시만드로스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6세기 경의 그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탈레스는 지구가 물 위에 그냥 떠있어서 물이 출렁이면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의 높이와 직경의 비율이 1:3인 원통형 구조물이고 구름으로 가려져있는 불의 고리 사이사이 구멍을 통해 별, 달,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낙시메네스는 지구가 공기 중에 둘러싸여 숨을 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3명의 철학자가 지구를 바라보는 모습은 각기 달랐습니다. 특히 아낙시만드로스는 다른 두 철학자와 달리 지구가 공간상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그냥 떠있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에야 우주에 떠있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드리고 있지만 당시에 지구가 떠있다고 바라본 시선은 매우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내세우거나 대담한 가설을 내세운 것은 과학적 사고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로벨리는 과학적 사고를 탄생시킨 최초의 과학자로 아낙시만드로스를 꼽고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논문집을 집필한 포퍼 역시 아낙시만드로스로부터 진짜 과학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 아낙시메네스에게는 '최초의' 수식어를 붙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두 선배 철학자들이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근원의 존재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아낙시메네스는 그 근원의 존재로부터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의 양적, 질적 변화로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하여 그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그에게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아 주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은 두 선배 이론에 대한 절충안으로 정립과 반정립을 조합한 종합 정립으로 완성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내용이 아닌 앞서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발전된 이론은 철학 사상의 발전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철학은 완전한 새로운 사고의 변화를 시도한 탈레스 이후부터는 후세대 철학자들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각의 전환과 확장은 서양 철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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