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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오른쪽)와 알렉산더 대왕(왼쪽)

견유학파 배경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디오게네스 역시 헬레니즘 시대에 나타난 철학자입니다.

헬레니즘 시대는 알렉산드로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이룬 대 제국 안에서 동서양이 만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오랜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은 더 이상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본분을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 아테네에는 올바르고 도덕적인 삶을 추구한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이어받은 새로운 학파들이 여러 생겨났습니다. 견유학파,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글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디오게네스는 견유학파의 대표 철학자입니다. 견유학파를 영어로하면 키니코스학파라고 불려집니다. 키니시즘Cynicism은 키닉Cynic 즉, 개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나무로 만든 통속에서 살았고, 가진 것이라고는 옷 한 벌과 물컵 하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가 혀로 물을 핥아 마시는 모습을 보고 물컵도 필요 없다고 깨닫고 물컵을 버리고 개를 스승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스로를 개라고 자체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고 놀려댔는데 한 번은 어떤 사람이 개한테 주듯이 뼈다귀를 디오게네스에게 던져 줍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자신에게 뼈다귀를 준 사람을 쫓아가 한 발을 들고 오줌을 싸며 '나는 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개인 이유는 나는 내게 무언가를 준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나를 거부하는 이에게는 짖으며, 나쁜 사람은 물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

그렇다고 견유학파가 주장하는 것은  개처럼 행동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나 강압 등 어느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욕구를 드러내며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을 강조한 것이죠. 

 

견유학파는 냉소주의학파이다?

영어로 냉소적이라는 단어 Cynicial은 Cynicism에서 유래 된 것으로 이를 보고 견유학파를 냉소주의학파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냉소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현실은 불만족스럽지만 방관하면서 멀리서 비웃거나 빈정대는 태도를 말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디오네스는 냉소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현실비판을 했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다음은 디오게네스 하면 가장 유명한 일화입니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왔습니다. 그 때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쬐며 앉아서 졸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로 대왕이 그에게 다가가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며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알렉산더 대왕에게 말했습니다.

"소원이 하나 있는데 햇빛을 쬐게 좀 비켜 주시겠소."

감히 알렉산드로 대왕에게 무례하게 말하는 디오게네스를 향해 부하들이 칼을 뽑았지만 알랙산드로 대왕은 괜찮다며 "만일 내가 알렉산드로가 아니라면 나도 디오게네스처럼 되고 싶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 역시 "만일 내가 디오게네스가 아니라면 나도 디오게네스처럼 되고 싶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조롱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디오게네스는 언제 어디서나 적극적인 강한 자기 주장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디오게네스'

위의 그림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디오게네스를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다른 철학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디오게네스는 매우 자유분방한 자세로 계단에 홀로 걸터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전통적인 관습과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디오게네스를 아주 잘 표현한 것이죠. 디오게네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사회적 관습 때문에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 해서 시장 한복판에서 자위를 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었는데요.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사람이 아주 많이 붐비는 시장에 등불을 켜고 돌아다녔습니다. 이를 본 한 사람이 "왜 대낮에 등불을 켜고 다닙니까?"라고 묻자 디오게네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의아하게 여기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람이 안 보인다니요?"라고 묻자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다워야 사람이다."라고 응수했습니다.

 

디오게네스의 철학사상

플라톤은 도시 국가 속에서 전통적인 사상의 체계를 세웠지만 견유학파가 말하는 사상은 부, 권력, 명예와 같은 것들은 필요도 없고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에 관습과 허위허식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디오게네스에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삶이란 도시국가의 규범과 관습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아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따르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간적인 삶으로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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